중국은 워낙 국토가 넓다 보니, 한 나라에서도 북방과 남방의 문화나 환경이 많이 다릅니다. 본인들도 북방은 대체로 호방한 특징이 있고, 남방은 섬세한 특징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东辣西酸, 南甜北咸(dōng là xī suān nán tián bĕi xián: 동부 사람은 매운 것을, 서부 사람은 신 것을, 남부 사람은 단 것을, 북부 사람은 짠 것을 좋아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방을 대표하는 맛은 단맛입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있던 곳은 중국 남방이었는데 저는 남방의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그러나 20년 넘게 한국에서만 살아왔고, 당시에는 대학생이던 제가 처음부터 중국음식이 입에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중국집 짜장면과 탕수육 등의 중국 배달 음식을 좋아했던 저였기에 중국에서 유학할 때, 음식 걱정 없겠다 싶었지만 중국에 도착해서 먹어본 중국음식은 한국에 있는 중국집 요리하고는 굉장히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 한 달간은 기름에 잠겨 나오는 중국음식들이 싫었고,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물갈이라고 하는 배탈이 아주 크게 나서 며칠 동안 죽을뻔했다가 겨우 살아납니다. 그때는 어려서 해외 체류 상식을 잘 몰랐고, 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배탈, 몸살은 다 정면으로 맞으며 고생하다가 겨우 생명을 회복합니다. 어느 날 며칠을 못 먹고, 앓다가 너무 배고파서 조금 먹어본 중국음식이 정말 맛있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크게 난 배탈을 극복한 이후로 저는 모든 중국 음식이 다 맛있어지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 뒤로 중국에 있는 동안 거의 삼시 세 끼를 중국음식만 먹습니다. 학교가 워낙 크다 보니까 교내 식당과 기숙사 식당만 찾아다녀도 코스별로 꽤 됩니다. 거기에 근처에 맛집도 갔다가 길거리 음식, 축제 음식 먹다 보니까 정말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류가 쌀이다 보니까 삼시세끼 거의 쌀을 먹었습니다. 중국도 같은 아시아라서 쌀이 주류라고 생각했는데 남방은 쌀이 주류이지만 북방은 밀이 주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남방에서도 거의 밀 음식만 실컷 먹었습니다. 싼시엔미엔(삼선면), 중국당면 같은 면음식 하고, 훈툰(완탕), 국수, 중국 만두 교자 등 종류 별로 많이 먹었습니다.
아침에는 흰죽 쩌우(稀粥)나 짜차이(榨菜)를 기숙사 식당에서 팝니다. 그것도 많이 먹었지만 아침부터 튀김이 나옵니다. 갈색 양념이 있는 볶음 국수(酱油炒面, 쨩여우 차오미엔)와 각종 튀김, 군만두(중국에서의 만두는 사실 교자, 중국의 만두는 사실 속이 빈 찐빵. 그러나 이해를 돕기 위해 이하부터는 그냥 만두라고 지칭)를 먹습니다. 겁이 많아서 평일에는 기숙사 하고 학교밖에 안 돌아다녔고, 주말에는 같이 교환학생으로 가있는 동기들과 가는 까르프 마트가 일상이었습니다. 까르프에 가서도 국수, 튀김, 만두만 사 먹습니다.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삶은 만두만 사 먹습니다.
버섯 만두, 부추 만두, 고기만두, 밤만두, 만두도 종류가 엄청 많아서 매일 종류별로 점심마다 만두를 먹고 저녁에는 볶음 국수를 먹습니다. 계속 만두, 국수, 만두, 국수만 먹었습니다. 맛있고 저렴하고 다양한 만두 덕분에 학습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부터는 지금은 주로 밥을 먹고 아주 가끔씩만 만두를 먹습니다. 아마도 그때 당시 식사할 때, 쌀 대신 만두를 먹는 것이 늘 바른생활만 해온 저의 가장 큰 일탈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방의 음식문화로 돌아가겠습니다. 북방은 음식의 양이 많고 조리하는 방식도 호방합니다. 큰 그릇에 많은 양이 담겨 나옵니다. 그에 비해 남방의 음식은 양이 북방보다는 적고, 조리법이 다양하고 정밀합니다. 남방의 요리는 정교하고 세심하며 작은 그릇에 나눠져 담겨 나옵니다. 플레이팅도 남방이 신경을 더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당에 가면 그릇들이 금이가고 전부 이가 다 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 검소하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이가 깨진 그릇은 복을 의미한다는 재미난 속설이 있었습니다.
북방은 불맛과 재료 본연의 맛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남북방 모두 차문화가 발달되어 있지만 제가 지냈던 남방의 차문화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차가 정말 많고, 차밭도 많고, 사람들이 매일 개인 차통에 차를 우려 차를 마십니다. 찻잎을 사러 차농장에도 가봤는데 그때 차 마시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까먹었지만, 첫 뜨거운 물로 찻잎을 씻어서 버리고 두 번째부터 마셨던 것과 오밀조밀 예쁜 다구와 다도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은 기억납니다. 그런데 북방에서 유학했던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그냥 찻잎에 물을 부어 바로 마신다 하여 신기했습니다.
이런 북방과 남방의 문화와 사람들의 성격차이는 모두 기후와 기질에서 온 영향이라고 말합니다. 남방은 여름이 길고 습하며, 겨울이 따뜻한 아열대 기후 특징이 있습니다. 남방은 날씨가 따뜻하고 수로가 발달하여 논농사가 잘 됩니다. 북방은 한국과 비슷한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하고 건조한 난온대 특징을 가진다고 합니다. 북방은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며, 척박하여 밭농사를 주로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방의 주류는 쌀이고, 북방의 주식은 밀이 된 것입니다.
남방 사람들은 세심하고 신중하며, 장사를 잘하는데 그 이유는 남방에 산이 많아 좁은 땅에 농사를 지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작은 일도 요모조모 따지는 신중한 성격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두뇌회전이 빠르며 경제적으로 이해타산적이어서 장사를 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한 중국의 CEO는 남방에서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북방은 시원시원하며 열정적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북방이 평지가 넓게 발달하여 대범한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북방은 소탈하며 유머러스한데 그 이유는 거친 환경 속에서도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고 서로 돕고 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정치가는 북방 출신이 많습니다. 인류가 자연을 이겨내고 개척하는 것 같지만 때론 이렇게 자연과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아 기질이 변하고, 삶의 방식과 문화가 다르게 빚어지니 정말 흥미로운 일입니다.
'중국어 > 중국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어 문자전송과 숫자암호 (0) | 2022.06.04 |
---|---|
중국의 학교 제도 (0) | 2022.06.03 |
중국의 도량형 (0) | 2022.02.03 |
중국에서의 선물 예절 (0) | 2022.02.02 |
중국에서의 외국 기업이름 (0) | 2022.02.01 |
댓글